행복한 가정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나름으로 불행하다.” 톨스토이(Lev Tolstoy)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Anna Karenina)』의 첫 문장이다.
피와 살을 나눠야만 식구인가? 가족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1인 가족이 늘고, 반려동물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삼는 사람도 많다. 내가 청소년기에 학교에서 배웠던 대가족, 핵가족이 요즘 교과서에는 한 부모 가족과 조손(祖孫)가족, 입양가족과 다문화가족 등으로 가족의 범위가 넓게 제시되고 있다. 그리고 혼인하지 않고 이성과 함께 살 수 있다는 비혼(非婚)주의, 혼인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등 기존의 가족제도 근간을 뒤흔드는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 생길 것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성별이 다른 이들끼리 부부를 이루고 자녀를 낳아서 (또는 입양해서) 양육하는 형태만을 소위 정상 가족으로 인정한다. 평생을 함께할 파트너[partner; 동반자]의 개념보다는, 자녀나 부모의 민생고를 돌보는 노동이 가족의 주요 기능으로 간주되고 있다. 가족은 개인의 자아실현이나 행복보다는 노동력 재생산의 단위로 계측되어 왔고 지금도 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가족이기 때문에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그 사람이 곧 가족이다.
당신의 가족은 안녕하신가?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北野武, 1947~) 감독은 “가족이란 누가 안 보면 갖다 버리고 싶은 것이다.”라고까지 험한 말을 했다.
돈만 있으면 가족의 역할을 손쉽게 살 수 있는 아웃소싱(outsourcing) 시대가 됐다. 가사도우미, 아이 및 노인 돌보미, 간병도우미, 정리컨설턴트[정리수납전문가], 육아설계사, 아동배변훈련가까지 가족의 기능을 대신하는 직업은 점점 늘어가고 있다. 가족의 역할이 시장화된 것이다. 가정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더 바빠졌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그 결과 과연 행복한가. 빈부격차, 맞벌이 증가 등 여러 요인이 맞물려 벌어진 문제다. 더 악착같이 벌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가족구성원이 서로 조금씩 보듬고 기대어야 하지 않을까. 가족과 잘 살기 위해 일하지만 아이와 놀기를 미루고, 생일파티 준비는 전문가에게 맡기는 등 정작 가족이 함께 행복을 누리는 시간은 유보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무엇을 위해 이러는 걸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속담이 있단다. 영국의 진화학자 존 보울비(John Bowlby, 1907~1990)가 갓난아기와 어머니 사이의 정서적 유대를 강조한 ‘애착이론(Attachment Theory)’을 내놓은 이후 서구사회에서는 어머니가 독점적으로 아이를 돌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지만, 인류학자이자 UC데이비스(UC Davis) 명예교수 세라 브래퍼 허디(Sarah Blaffer Hrdy, 1946~)는 ‘돌봄 공유’가 가능하도록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결국 인류번식의 ‘일등공신’은 외할머니였다는 셈인데 오늘날 우리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 출산율이 낮아지는 건 여성이 이기적(?)인 면도 없지 않지만 혼자서는 도저히 키울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출산율 높이려면 출산지원금보다 더 필요한 건 사회적인 돌봄 시스템(system)을 구축하는 것이다.
미국 가족문제전문상담사인 스콧 할츠만(Scott Haltzman, 1960~)은 임상경험과 연구를 통해 ‘행복한 가족’, ‘성공하는 가족’, ‘건강한 가족’으로 가는 비결 8가지를 담아 『행복한 가족의 8가지 조건(The Secrets of Happy Families: Eight Keys to building a Lifetime of Connection and Contentment)』을 썼다. 그는 이 책의 주제가 ‘완벽한 가족’이 아닌 ‘행복한 가족’임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할츠만(Haltzman)이 찾아낸 가족의 행복조건은 ① 가족의 가치관 확립과 실천 ② 헌신하기와 소통하기 ③ 아낌없이 지원하고 지지하기 ④ 자녀교육하기 ⑤ 융화하기 ⑥ 정정당당하게 갈등을 해결하기 ⑦ 고난과 시련 후 회복하기 ⑧ 함께 휴식하기다. 그는 가족의 행복 조건들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의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며, 한번 만들어진 ‘가족 행복유전자’는 대물림할 수 있다고 한다.
어떤 가족이든 문제의 소지는 있다. 완벽한 가족이란 없다. 그러나 ‘행복한 가족’은 우리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결론은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
(저서로 『행복인문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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