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개념
법은 무엇인가? 한자로 법(法)을 풀어 보면 물 수(水)변에 갈 거(去)자이니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듯 순리를 뜻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원래 법의 고자(古字)는 물(水)과 해태 치(廌)와 없애다(去)의 세 글자가 합쳐진 것(灋)이다. 물은 수면과 같이 공평한 것을 뜻하고, 해태(해태는 시비선악을 판단하여 안다는 상상의 동물이다. 사자와 비슷하나 머리 가운데에 뿔이 있다고 한다. 중국 문헌인 ‘이물지(異物志)’에는, “동북 변방에 있는 짐승이며, 한 개의 뿔을 가지고 있는데, 성품이 충직하여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바르지 못한 사람을 뿔로 받고, 사람이 다투는 것을 들었을 때는 옳지 않은 사람을 받는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와 같이 정의를 지키는 동물로 여겨서 법수(法獸)라고 불렸고, 법을 심판하는 사람은 해치관(獬豸冠)이라 하여 해태가 새겨진 관모를 쓰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사헌의 흉배에 가식(加飾)되기도 하였다. 흉배에 새겨진 해태의 모습은, 녹각과 같은 뿔이 달린 머리에 갈기가 돋았고, 크게 벌린 입, 포효하는 듯 경쾌한 몸집, 꼬리 끝에 긴 털이 돋아 있다. 또한, 화재나 재앙을 물리치는 신수(神獸)로 간주되어 궁궐 등의 건축물에 장식되기도 하였다.)는 전설적 동물로서 시비곡직(是非曲直)을 가리는 동물(정의를 실현하는 상징적 동물)이며, 없애다(去)라는 것은 악(惡)을 제거하는 것을 가리킨다. 예로부터 중국에서 해태 상(像) 앞에서 재판을 하였다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법의 고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법(法)은 그 말속에 형평, 정의, 강제성을 스스로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영어사전에서 ‘Law’를 찾아보면 법, 법률을 나타내는 가장 일반적인 말로 권력에 뒷받침되어 복종의 의무(명령을 따르는 것)가 있음을 뜻하는 것을 보면 중세의 봉건제도에서 출발한 계약적인 개념도 있다. 라틴어의 ‘jus’, 독일어의 ‘Recht’와 프랑스어의 ‘Droit’는 모두 옳은 것, 즉 정의를 뜻하는 것이며(권리적인 뜻도 있음), 이로써 법이란 정의를 실현한다는 관념과 일치하고 있다.(서양의 법철학 사상에서는 법(法)이란 정(正)과 평(平), 즉 정의(justice)와 공평(equity)을 뜻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희랍어의 ‘Nomos’는 자연과 대립되는 인간적인 규범을 의미하기도 하며, 이슬람에서는 ‘Saaria’라고 하여 길(道)을 뜻하기도 한다.
아무튼 “법학자는 끊임없이 그들의 법의 정의(定義)를 찾고 있다”는 Kant의 말과 같이 ‘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극히 어려운 일이다.
1. 법은 하나의 규범이다.(規範性)
구분 | 의의 | 예시 |
법규범 | 마땅히 있어야 할 당위(當爲, Sollen) | 사람을 죽여서는 아니 된다. |
법칙 | 어떠한 사실적 존재(存在, Sein) | 사람은 죽는다. |
2. 법은 하나의 사회규범이다.(社會規範性)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표현했듯이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이 어떤 행위를 “하여야 한다.”거나 “하여서는 아니 된다.”와 같은 준칙이 필요한데, 여기에는 관습, 종교규범, 도덕, 법 등 사회규범이 있다.
이처럼 사회규범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구성원의 동의에 의하여 만들어진 당위법칙을 말하는데, “사회가 있는 곳에 법이 있다.”에서 ‘법’은 일체의 사회규범을 의미한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인간의 행위는 모두 법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므로 “법이 있는 곳에 사회가 있다.”는 명제도 성립하는 것이다. 예링의 “사회생활의 조건은 법이다.”라는 말과 로크의 “자신의 권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법과 정부가 필요하다.”라는 말과 괴테의 “지옥에서도 역시 법은 있다.”는 말은 이러한 명제를 강조한 것이다. 이처럼, 사회는 ‘법의 지배(rule of law)’ 위에서만 유지, 존속될 수 있는 것이다. 법은 사회질서 유지의 목적을 띤 약속이다.
3. 법은 정치적으로 조직된 사회(즉, 국가)의 강제성을 띤 규범이다.(强制規範性)
법 위반자에게 반드시 제재를 가한다. “정의의 여신은 한손에 권리를 저울질하는 저울을 쥐고 있으며, 다른 한손에는 권리를 실지로 주장하는 칼을 쥐고 있다. 저울과 칼이 함께 갖추어질 때에만 법은 지켜진다.”, “법적 강제가 없는 법규는, 그 자체 모순이며 타지 않는 불꽃, 빛이 없는 등불과 같다.”(Rudolf von Jhering,「권리를 위한 투쟁」)
4. 법은 정의라는 법이념을 향한 문화규범이다.(文化規範性)
5. 법은 상대적 규범이다.(相對的 規範性)
법은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받는 상대적 규범이다. 법의 변동성, 다양성, 상대성을 가리켜, 파스칼은 “피레네 산맥 이쪽에서의 정의는 저쪽에서의 불의이다.”라고 표현하였다.